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이유는 정치인의 말실수 때문이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이유는 정치인의 말실수 때문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게 소문일 뿐이지 과연 사실일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번 글을 통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베를린 장벽 붕괴 이유는 정치인의 말실수?

1980년대에는 동독인들은 국경을 넘어 여행을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여행 자유화에 대해 정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아무리 힘을 가진 절대자라 하더라도 성난 군중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은 두려워합니다. 

 

1989년 10월 라이프치히에서 일어난 통일을 염원하는 평화시위가 성공하면서 전 동독지역에서 평화시위가 일어났습니다. 동독 국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잠재우고자 동독 정부에서도 여행 자유화에 대해서 시기를 두고 단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여행 자유화를 추진하고자 했습니다. 

 

1989년 11월 9일 여행 자유화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 정책 담당자인 동독 정부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 (Günter Schabowski)는 이 기자회견을 앞두고 휴가를 다녀온 터라 이 사안의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샤보브스키는 기자회견장에 나가게 됩니다.

 

이탈리아 로마 기자가 돌직구 질문을 날렸습니다. "동독 정부가 여행 자유화를 실행한다고 하는데 도데체 언제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인가요? 귄터 샤보브스키는 보고서를 뒤적거리다 "Sofort. Unverzüglich!"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한국말로 해석하면 "지연 없이 당장!"이라는 뜻입니다. 여행 자유화는 국경 경비를 강화한 뒤 에 이튿날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습니다. 샤보브스키는 틀린 답변을 한 것입니다. 

귄터 샤보브스키

그 질문을 한 로마 기자는 동독이 여행 자유화를 지금 당장 허가한다는 것은 서베를린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고 베를린 장벽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기사 해드라인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라고 써서 신문이 발행됩니다. 그 기사가 나가고 바로 베를린 장벽 앞으로 구름처럼 군중들이 몰립니다. 바로 그 때 베를린 장벽이 실제로 붕괴되었습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이렇게 우연히 이루어졌습니다. 사전에 계획되고 진행되어 오다가 이 때쯤 붕괴될 것이라는 시점에 무너진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갑자기 장벽이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정치인의 말실수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말은 헛소문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귄터 샤보브스키는 이 일로 독일 통일에 기여한 것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과거 베를린 장벽을 탈출하려는 동독인들을 총격 살해한 정책을 실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정치적 책임을 물어 1997년 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샤보브스키는 1999년 12월부터 수감됐다가 10개월 후 사면을 받아 2000년 12월 풀려났습니다. 

 

귄터 샤보브스키는 자신의 도의적인 책임을 시인하고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갔습니다. 그로 인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말년을 요양원에서 조용히 보냈습니다. 그는 2015년 11월 1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그러나 한 정치인의 말실수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역사는 필연이 아니라 우연한 사건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귄터 샤보브스키의 말실수 하나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 한 마디가 불씨를 지핀 시작점이 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근본적인 이유는 독일인들의 자유와 통일에 대한 열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앞서 글에서도 밝혔듯이 공산권이 붕괴되어 힘의 공백이 생긴 세계적인 정세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아가 독일 통일이 성취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탁월한 지도자의 리더십과 주변 강대국들이 독일의 통일에 대해 동의한 것에서 큰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